다른 나라의 인사 문화를 살펴보다 보면, 눈을 맞추는 일이 자신감과 예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나라별 인사 문화와 매너의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중동 국가에서 상대의 성별과 나이, 관계, 장소에 따라 시선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여행 전 알아두면 좋은 예절을 알아보겠습니다.
중동 국가에서는 시선도 인사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보통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인사하는 행동을 솔직함과 자신감의 표현으로 생각합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눈을 피하면 관심이 없거나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라별 인사 문화와 매너를 살펴보면 눈맞춤의 의미는 문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상대방의 성별과 나이, 사회적 지위, 친밀도에 따라 적절한 시선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중동 문화’가 하나의 규칙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요르단, 오만, 이집트 등은 종교와 언어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국가와 지역, 세대, 가정환경에 따라 생활 방식과 예절에 차이가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에 관한 안내 자료에서도 나이, 사회적 지위, 종교적 신념, 부족과 출신 지역에 따라 문화적 관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중동 국가를 방문할 때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기보다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시선을 조절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같은 성별끼리는 눈맞춤이 신뢰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중동의 여러 지역에서는 같은 성별의 사람이 대화할 때 적절한 눈맞춤이 관심과 진지함을 나타냅니다. 특히 나이와 사회적 위치가 비슷한 사람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의사소통 문화를 설명하는 자료에서도 비슷한 나이·성별·지위의 사람끼리 대화할 때는 직접적인 눈맞춤이 일반적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남성이 현지 남성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바닥만 바라본다면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눈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면 경청과 신뢰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눈을 한 번도 떼지 않고 상대방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은 어느 문화에서든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맞췄다가 잠시 옆으로 옮기는 정도가 좋습니다.
이성과의 지나친 눈맞춤은 조심해야 합니다
중동 국가의 시선 예절에서 여행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낯선 이성과의 눈맞춤입니다.

보수적인 지역이나 종교적 관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낯선 이성이 오랫동안 눈을 맞추거나 반복적으로 바라보는 행동은 관심이나 호감의 표현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무례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성과는 절대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호텔, 공항, 식당, 회사처럼 국제적인 환경에서는 남녀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업무를 처리합니다. 다만 처음 만난 이성과 대화할 때는 짧고 부드럽게 눈을 맞추고, 상대방이 시선을 줄이거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그 태도를 따라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인사 예절에서도 이성 간 신체 접촉은 상대방이 먼저 의사를 표현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성과 인사할 때 먼저 악수를 청하지 않고 말과 가벼운 목례로 인사한 뒤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는 방법이 권장됩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도 다른 성별의 무슬림에게 인사할 때 상대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악수를 먼저 시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합니다.
이러한 원칙은 시선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익숙한 방식대로 적극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상대가 편안해하는 거리와 시선의 정도를 존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선을 피하는 행동이 무례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이나 서양 문화에서는 대화하면서 상대방이 눈을 자주 피하면 자신감이 없거나 무언가를 숨기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동의 일부 문화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 시선을 약간 낮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 지나치게 강한 눈맞춤을 피하는 행동은 공손함이나 겸손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낯선 이성에게 시선을 오래 두지 않는 행동도 상대방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사생활과 종교적 가치를 존중하려는 태도일 수 있습니다.
현지인이 나와 길게 눈을 맞추지 않는다고 해서 불친절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말을 걸었을 때 정중하게 대답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면 시선의 길이보다 말투와 행동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사람을 빤히 바라보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여행 중 현지인의 전통 의상이나 생활방식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남성이 입는 긴 흰색 전통 의상이나 여성이 착용하는 아바야와 얼굴 가리개가 익숙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오래 바라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낯선 사람을 계속 쳐다보는 행동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특히 현지 여성이나 가족을 반복적으로 바라보거나 허락 없이 사진을 찍는 행동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사람을 촬영할 때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동의 없이 사람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고 안내합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먼저 말로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May I take a photo?”
상대방이 머뭇거리거나 거절하면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한 뒤 촬영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눈으로 오래 관찰하는 행동도 촬영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사할 때는 시선과 함께 몸짓을 살펴봅니다
중동 국가에서는 인사할 때 눈맞춤만큼 목례, 손의 위치, 악수 여부와 같은 몸짓도 중요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이 인사할 수 있습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여러 아랍권 국가에서 널리 사용하는 인사말입니다. 상대방은 일반적으로 “와 알라이쿰 앗살람”이라고 답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악수와 함께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인사말로 소개됩니다.
동성 간에는 상대방이 손을 내밀면 악수하며 자연스럽게 눈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성을 만났을 때는 먼저 손을 내밀기보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거나 오른손을 가슴에 얹으며 말로 인사하는 방법이 무난합니다.
상대방이 먼저 악수를 청하면 자연스럽게 응하면 되지만,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해서 불쾌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인 생활방식에 따른 선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자연스러운 눈맞춤이 필요합니다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리야드와 같은 주요 도시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회사와 관광지에서는 서양식 비즈니스 예절이 널리 사용되므로 업무 중 눈맞춤 자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의나 상담을 할 때는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성별과 태도를 고려해 눈맞춤의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이 비교적 자연스럽습니다.
- 처음 인사할 때 짧게 눈을 맞춥니다.
- 상대방이 말할 때 얼굴 방향을 상대에게 둡니다.
- 계속 응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깁니다.
- 상대방이 시선을 줄이면 나도 눈맞춤의 시간을 줄입니다.
- 악수와 신체 접촉은 상대방이 먼저 표현하는지 살핍니다.
업무 자리에서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보다 안부와 일상적인 대화를 먼저 나누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업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신뢰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소통 방식일 수 있습니다.
어린이와 가족을 바라볼 때도 배려가 필요합니다
여행지에서 귀여운 아이를 보면 미소를 짓거나 사진을 찍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나 가족을 오랫동안 바라보거나 부모의 허락 없이 사진을 찍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현지 여성을 반복적으로 바라보거나 카메라를 향하는 행동은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고 싶다면 반드시 보호자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허락받지 못했다면 멀리서라도 촬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종교시설에서는 시선을 더욱 신중하게 사용합니다
모스크와 종교시설은 관광명소이기 전에 예배가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의 기도 모습을 가까이에서 빤히 바라보거나 촬영하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기도 중인 사람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거나 얼굴 가까이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방문객 촬영이 허용된 장소라 하더라도 사람을 찍을 때는 별도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모스크와 종교시설을 방문할 때 현지의 종교적 가치에 맞는 단정한 복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시선 예절도 복장 예절과 같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대상인지보다 상대방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중동 여행자가 기억할 시선 예절
중동 국가에서 모든 눈맞춤을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을 외면하거나 바닥만 바라보면 오히려 관심이 없거나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성별의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다만 계속 응시하기보다 중간중간 시선을 옮깁니다.
낯선 이성과 대화할 때
짧고 정중하게 눈을 맞추되 오래 바라보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시선을 줄이면 나도 같은 정도로 맞춥니다.
연장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만날 때
강하게 응시하기보다 부드럽게 시선을 맞추고 존중하는 말투와 자세를 함께 사용합니다.
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볼 때
전통 의상이나 외모가 신기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쳐다보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을 때
먼저 허락을 구하고, 거절하면 즉시 카메라를 내립니다.
나라별 인사 문화와 매너에서 중요한 것은 관찰입니다
중동 국가의 시선 예절을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같은 나라에서도 도시와 지방, 세대와 종교적 신념, 업무와 사적인 만남에 따라 예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먼저 눈을 맞추면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시선을 짧게 유지하면 나도 같은 정도로 조절합니다. 악수나 신체 접촉도 먼저 시도하기보다 상대방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시선을 조금 조심스럽게 사용한다고 해서 소극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문화와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나라별 인사 문화와 매너를 배운다는 것은 외워야 할 규칙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중동 국가를 방문할 때는 자신감 있는 눈맞춤보다 상대방이 편안해하는 시선을 살펴보는 배려가 먼저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